나는 크게 외롭다고 느낀적이 한번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였나.. 혼자 여행을 했을 때인데, 커피를 마시고 담배피우며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너무 외로워서 들고 다니던 수첩에 너무 외롭다고 그림과 글을 쓴 적이 있다.
잠시 느낀 감정이었겠지만 그 메모 덕분에 오래 기억에 남은 것 같다.
그만큼 나는 별로 외로운 느낌을 잘 받지 못한다.
아마 그런 감정은 자주 느꼈겠지만 내가 무뎌서 그냥 지나가거나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나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에 대해 지나치게 눈치를 본다.
할 말을 못하는 편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잘 하지도 못한다.
아직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서툴다.
그래서 아예 만남을 피하려고 한다.
특히 뭔가를 받는 것이 어색하다.
어색한 것을 넘어서 불편하다.
심지어 미용실에 가서 나는 앉아있고 미용사가 내 머리를 잘라주는 그 20분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 달라는 말도 잘 못하고, 대충 빨리 끝내고 이 자리를 일어나서 나가는 순간만 생각한다.
내가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그 순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하지만 나는 관심종자다.
사회적인 관계를 회의적으로 보면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행동하는 것과 모순되는 행동을 늘 하고 있다.
20년도 더 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며 10년 넘은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사진과 글을 올렸고
싸이월드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어디든 공개적인 곳에 글이나 사진, 그림을 올렸다.
사람들이 나에게 신경쓰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아무도 관심없는 곳에 혼자 떠들고 있었다.
분명 누가 봐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내 수첩에 쓰지 않고 공개적으로 뭔가를 남겨온 것이다.
대단한 관종 나셨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만나고 싶은 친구,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들도 있으며
초등학교 동창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대화도 가끔한다.
어쩌면 외롭지 않을만큼 충분히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내가 외로움을 잘 모른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외로움을 모른다면 그냥 외롭지 않다는 것이지, 외로우면서 그렇지 않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데.
어쩌면 나는 약간의 관계만으로 외로움이 채워지기 때문에 외롭지 않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