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프트 시가렛

2022. 2. 17.

2001년 9월 17일 남포동의 한 카페에서 찍은 사진

난 저런 얇은 종이로 된 담배 포장지를 좋아했다.
몇 개피 피고나면 생기는 빈 자리에 라이터를 꽂아넣고,
담배가 줄어들면 그만큼 담배 포장지를 접어서 작게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마지막 담배를 꺼낼땐 입구 쪽 종이를 다 뜯어서 꺼내는데
그때 쯤이면 겉의 비닐은 버려지고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새 담배를 사게되면 다시 느껴지는 살아있는 각진 모서리가 또 마음에 들었다.

담배는 말린 잎을 가공해서 종이에 넣고 불을 붙여 생기는 연기를 마시는 행위다.
수천년은 이어져온 흡연이라는 이 원시적인 행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묘한 즐거움도 있었다.
지구에 사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에 동참해서 경험한다는 소속감이라면 이상한가?

담배를 끊은지 오래되어 이제는 담배 냄새도 싫지만
카페나 술집에서 마음껏 담배를 태울 수 있었던 옛날에 흡연을 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담배를 피더라도 느낄 수 없는 스모커의 파라다이스였다.

담배를 끊었다고 하지만 언젠가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붙여 깊게 들여마시고 싶은 생각은 있다.
연기를 마실수록 몸에 좋아서 흡연을 권장하는 그런 담배가 나온다면 다시 담배를 필 생각이라고
자주 말하고 다녔는데, 실제 그런 담배가 나올리 없는 것은 알고 있기에 다시 담배를 피울 일은 없을거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몸에 좋은 담배가 나와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권하고, 
부모님께 선물로 사드리면 효자소리 들을 수 있는 그런 건강담배가 진짜 나올지 누가 알겠냐.

댓글

외로움

2021. 5. 8.

나는 크게 외롭다고 느낀적이 한번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였나.. 혼자 여행을 했을 때인데, 커피를 마시고 담배피우며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너무 외로워서 들고 다니던 수첩에 너무 외롭다고 그림과 글을 쓴 적이 있다.
잠시 느낀 감정이었겠지만 그 메모 덕분에 오래 기억에 남은 것 같다.
그만큼 나는 별로 외로운 느낌을 잘 받지 못한다.
아마 그런 감정은 자주 느꼈겠지만 내가 무뎌서 그냥 지나가거나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다.

바로 이 장소였다.

근본적으로 나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에 대해 지나치게 눈치를 본다.
할 말을 못하는 편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잘 하지도 못한다.
아직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서툴다.
그래서 아예 만남을 피하려고 한다.

특히 뭔가를 받는 것이 어색하다.
어색한 것을 넘어서 불편하다.
심지어 미용실에 가서 나는 앉아있고 미용사가 내 머리를 잘라주는 그 20분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 달라는 말도 잘 못하고, 대충 빨리 끝내고 이 자리를 일어나서 나가는 순간만 생각한다.
내가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그 순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하지만 나는 관심종자다.
사회적인 관계를 회의적으로 보면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행동하는 것과 모순되는 행동을 늘 하고 있다.
20년도 더 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며 10년 넘은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사진과 글을 올렸고
싸이월드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어디든 공개적인 곳에 글이나 사진, 그림을 올렸다.
사람들이 나에게 신경쓰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아무도 관심없는 곳에 혼자 떠들고 있었다.
분명 누가 봐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내 수첩에 쓰지 않고 공개적으로 뭔가를 남겨온 것이다.
대단한 관종 나셨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만나고 싶은 친구,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들도 있으며
초등학교 동창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대화도 가끔한다.
어쩌면 외롭지 않을만큼 충분히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내가 외로움을 잘 모른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외로움을 모른다면 그냥 외롭지 않다는 것이지, 외로우면서 그렇지 않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데.

어쩌면 나는 약간의 관계만으로 외로움이 채워지기 때문에 외롭지 않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2003년 8월 30일 바르샤바

댓글

크리스마스의 악몽

2010. 7. 16.

산타 매장.











산타의 부활.




댓글

낮 / 밤

2010. 6. 19.


댓글

그 곳에 대한 건방진 시선

2010. 6. 18.






나는 이런 장소가 좋다. 언젠가는 사라질 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된 곳. 지금이 아니면 영영 볼 수 없을 곳.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