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저런 얇은 종이로 된 담배 포장지를 좋아했다.
몇 개피 피고나면 생기는 빈 자리에 라이터를 꽂아넣고,
담배가 줄어들면 그만큼 담배 포장지를 접어서 작게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마지막 담배를 꺼낼땐 입구 쪽 종이를 다 뜯어서 꺼내는데
그때 쯤이면 겉의 비닐은 버려지고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새 담배를 사게되면 다시 느껴지는 살아있는 각진 모서리가 또 마음에 들었다.
담배는 말린 잎을 가공해서 종이에 넣고 불을 붙여 생기는 연기를 마시는 행위다.
수천년은 이어져온 흡연이라는 이 원시적인 행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묘한 즐거움도 있었다.
지구에 사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에 동참해서 경험한다는 소속감이라면 이상한가?
담배를 끊은지 오래되어 이제는 담배 냄새도 싫지만
카페나 술집에서 마음껏 담배를 태울 수 있었던 옛날에 흡연을 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담배를 피더라도 느낄 수 없는 스모커의 파라다이스였다.
담배를 끊었다고 하지만 언젠가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붙여 깊게 들여마시고 싶은 생각은 있다.
연기를 마실수록 몸에 좋아서 흡연을 권장하는 그런 담배가 나온다면 다시 담배를 필 생각이라고
자주 말하고 다녔는데, 실제 그런 담배가 나올리 없는 것은 알고 있기에 다시 담배를 피울 일은 없을거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몸에 좋은 담배가 나와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권하고,
부모님께 선물로 사드리면 효자소리 들을 수 있는 그런 건강담배가 진짜 나올지 누가 알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