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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파수꾼

2021. 2. 16.

 

영화 파수꾼을 보고 마주한 내 청춘.

가장 좋아하는 책이 뭐냐고 누가 물어보면 (누가 물어본 적 없었지만) 대답할 책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아마 영화 파수꾼도 [호밀밭의 파수꾼]과 상관이 있는 제목인 것 같다.

10대 시절의 나는 어땠는지 구체적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내가 힘들어하고 기뻐했던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가장 지키고 싶었던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선명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분명히 그 때의 나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고
지금 보면 하찮아 보이는 것도 당시의 나는 큰 의미가 있었으며 인생의 큰 파도가 되기도 했고 기쁨이기도 했다.
모든게 서툴렀던 10대의 나는 상처주는 말을 쉽게 내뱉고, 나 역시 상처받기 쉬웠으며
항상 까불고 장난쳤지만 나름 모든게 진지했다는 것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영화 파수꾼을 보면서 나는 잊고 있었던 고등학생의 나를 마주했다.
모든 것이 미성숙했던 10대의 나와 주변의 관계에 대해.. 잊혀졌던 그 느낌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의 나는 내가 어리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긴 나는 20대, 30대에도 내가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만약 비슷한 생각을 했더라도 그냥 껍데기만 그랬을 뿐, 스스로를 세상 다 아는 늙은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수룩한 것이 당연한 10대지만
내가 상처받고 상처주는 모든 일들이 세상의 전부였고, 그 작은 경계의 바깥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 잊고 살았던 그 느낌을 영화 파수꾼을 통해서 다시 느꼈다.

내가 더 나이가 들기전에 봐서 다행인 걸까,
아니면 앞으로 40년이 지나도 이런 영화를 보면 10대 시절의 그 느낌을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어린 나이에는 철없이 그것을 즐겼어야 했나..라는 생각도 든다.
내 딴엔 힘들게 살면서 뭔가 해놓은 것도 딱히 없었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청춘 (靑春)
파란 새싹이 피는 봄

나는 청춘에 대한 영화라면 명암(明暗)의 구별없이 좋아한다.
내가 청춘이던 시절의 나는 청춘이 다 지난 사람처럼 살았다.
참 아쉽지만
그게 나의 청춘이었다.

고등학교 입학 직전의 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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